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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Epilogue

Epilogue

세상은 참 넓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일 년에 며칠씩 휴가를 얻어 써야 하는 직장인에게 해외 여행은 언제나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가 본 곳 보다는 가 보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미 다녀 온 곳을 다시 가는 것은 더더욱 큰 부담이었다.

다녀 와서 생각해 보면 이번 여행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뒤 늦게 준비를 더 할 걸, 혹은 좀 더 부지런하게 돌아다닐 걸 하는 후회들이 뒤따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내 선택은 그 시점에서 최선이었다고 믿는다. 또한 여행을 함께 했던 J에게도 유익한 여행이었으리라 믿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모압으로 가는 로칼 항공편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을 기억해 본다면 J 역시 이번 여행이 그랜드써클에 대한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아무리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가더라도 반드시 트러블이 생기게 마련이다. 유럽 여행 도중에도 아내와 몇 번인가 얼굴 붉히며 토닥거렸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둘이 출발했다 따로 따로 여행을 다니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욕심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욕심, 그 욕심의 대상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에 여행에서 의견 충돌이 생기게 마련이다. J와의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 다녀 왔다는 이유로 너무나 강행군을 했던 여행이었고, 그 때문에 주마간산 격으로 흐른 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았고, 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았기에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참고 도와줬던 J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또한 철딱서니 없는 남편의 이기적인 여행을 눈 딱 감고 보내 준 통 큰 아내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말 한마디를 전해야 한다. 다음에 또 이 곳을 여행하게 된다면 그 때엔 꼭 아내와 같이 할 것이다.

그랜드써클,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거대한 자연과 인간의 문명과,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어렵게, 힘들게 또는 재미있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 있다. 이런 곳을 두 번씩이나 여행을 할 수 있었던 나는 정말 행운이 넘치는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