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우리는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에서부터 관광을 시작하는 원칙을 세웠다. 어디선가 본 기억도 있고, 간단히 생각해 봐도 그 곳에 다다르기 이전에 존재하는 포인트 보다 하나라도 더 나은 것이 있지 않으면 더 먼 곳에 포인트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치스에서도 가장 멀리 있는 더블-오-아치(Double-O-Arch)부터 하루의 여행을 시작했다.

아치스 역시 입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포인트까지 19마일에 이를 정도로 광활한 국립공원이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크다. 차로 돌아도 하루 종일 걸릴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고 곳곳에 걸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크고 작은 트레일(Trail)들이 잘 마련되어 있다. 어떤 트레일은 동네 뒷 산을 산책하는 정도도 있고, 어떤 곳은 제법 암벽 등반에 가까운 곳도 있다. 5분이면 갈 수 있는 곳도 있고 두어 시간을 꼬박 걸어야 하는 곳도 있다. 이런 모든 정보는 공원 입구에서 나눠주는 안내 자료에 상세히 나와 있을 뿐 아니라 공원 입구의 비지터센터에 방문하면 직접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도 잘 마련되어 있어 미리 준비만 잘 해 간다면 꼬마들도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다.

이러한 국립공원들은 20불 내외의 입장료를 받고 있으며 우리는 80불을 내고 일 년짜리 패스를 끊어서 다녔다. 이번 여행 동안 15불에서 20불 정도는 절약을 한 셈이다. 일 년짜리 패스는 대략 승용차 한 대 단위로 끊을 수 있으니 서너 명이 여행을 한다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될 듯 하다.

더블-오-아치는 커다란 바위에 동그란 구멍이 위, 아래 나란히 뚫려 있는 바위이다. 아래에 있는 구멍이 위에 있는 구멍보다 훨씬 작은데 아래쪽 구멍으로 사람들이 드나 든다. 더블-오-아치까지 가는 트레일은 제법 먼 트레일이다. 왕복 두 시간짜리이며 난이도도 제법 높다. 자이언에서 고생한 다리가 충분히 회복되었을지 걱정이 좀 되기는 했지만 출발이다.

아치스는 캐년랜드와는 달리 아기자기한 바위들의 모습들이 절경을 이룬다. 아기자기하다고는 하지만 그 크기는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거대하다. 캐년랜드가 거대한 평원에 펼쳐져 있는 부조라고 생각 한다면 아치스는 마치 거대한 평원에 진흙으로 빚어 놓은 조각상들이 모여 있는 것과 같다. 캐년랜드는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반면 아치스는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경우가 많다. 바로 지척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상반된 곳이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더블-오-아치까지 가는 동안에도 랜드스케이프 아치 등 제 멋대로 생겨먹은 바위 덩어리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눈 앞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길이 3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돌덩어리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가던 도중 바위를 오르내리다 J가 심하게 넘어졌다. 카메라도 바위에 내동댕이쳐 지기도 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거나 망가지지는 않았지만 조심스럽다.

많은 사람들이 왕복 두 시간의 트레일을 망설임 없이 선택한다. 역시 단체 관광객은 찾아 보기 힘들다. 단체 관광객을 이끌고 이 곳까지 오기에는 리스크가 크긴 하다. 하지만 여기를 와 보지 않고서는 아치스를 구경했다고 하기 힘들 텐데……

해가 아치를 완전히 비출 때까지 30분 정도 머물러 있었다. 역시나 이렇게 머물러 있다 보면 사진을 하는 사람과 일반 관광객들과는 뚜렷이 구분이 된다.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고, 주변을 살피다가 짐을 내려 놓고 대기 모드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자가 사진가들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우리들에게 친근하게 눈인사를 건낸다.

“Waiting for the sun light?”

“Yes.”

아주 간단한 대화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통할 수 있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치에 해가 비치기 시작하면서 사진가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좀 더 높은 곳을 찾는 사람, 색다른 앵글을 찾아 여기 저기 돌아보는 사람, 때마침 찾아 든 햇빛을 놓칠 새라 여자친구의 포즈를 재촉하는 사람…… 갑자기 주변에 사람이 많아진다. 아마도 이 순간을 맞춰 찾아온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우리는 그렇게 아치스의 이곳 저곳을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역시 왕복 두 시간짜리 트레일이었던 델리케이트 아치는 여전히 멋진 장관을 뽐내고 있었다. 비록 녹초가 되긴 헀어도 말이다. 사실 델리케이트 아치는 석양이 환상적인 포인트이지만 시간을 우리 마음대로 맞추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여기서 두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아직 보지 못한 포인트를 향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루를 오롯이 아치스에서 보낸 후 J에게 감상을 물었다.

“언 놈이 아치스 별로 볼 거 없다고 했는지 때려 주고 싶다.”

하긴 나도 5년 전에 캐년랜드보다는 아치스가 낫다고 했던 친구를 다시 만난다면 ‘네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Posted by 이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