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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해뜨기를 기다려 아치스의 일출을 찍었고 J가 미련을 가지고 있는 캐년랜드에 다시 들러 기약 없는 작별을 고한 후 모압을 떠났다. 다음 목적지는 모뉴먼트 밸리.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하여 모압까지가 계속 멀어지는 여정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라스베가스로 가까워지는 여정이다. 이제 지리적으로 여행의 반이 지나는 셈이다.

모뉴먼트 밸리 오는 중간에 또다시 구즈넥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따로 입장료도 없고 관리도 허술했지만 나름대로 볼 만하다. 몇 백 미터 아래로 누런 강물이 흐르고 그 절벽에는 강물이 깎아 놓은 억겁의 세월이 켜켜이 드러나 있다. 주차장에는 인디언 할멈이 손으로 만든 장신구를 팔고 있다. 10불을 주고 목걸이를 하나 사면서 양해를 구하고 사진도 한 장 찍었다. 한 때는 이 벌판을 호령하면서 살았을 인디언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 많이 서글퍼진다.

모뉴먼트 밸리에 이르는 길은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총잡이가 나오는 서부영화를 생각할 때 흔히들 생각나는 모습이 있다. 먼지 날리는 사막을 가로질러 길이 하나 닦여 있고, 그 길의 끄트머리에 거대한 바위가 비석처럼 서 있는 모습. 그 장면이 바로 모뉴먼트 밸리의 모습이다. 역시나 적절한 위치에 갓길에 차를 세울 수 있도록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지나는 대부분의 차들이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곤 한다.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어느 지점부터인가 유타 주에서 아리조나 주로 바뀌어 있다. 아리조나 주로 들어서면서부터 인디언의 자취들이 많이 보인다. 도로 변에도 인디언들의 노점이 많이 보인다. 주로 장신구, 열쇠고리 등의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모뉴먼트 밸리라고 하여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은 정확히 말하면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라는 곳이다. 이 곳은 미국의 국립공원 체계에 속하지 않고 나바호 인디언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한다. 따라서 입장료도 별도로 받는다. J군은 역시 이 곳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하다. 난 2002년에는 그냥 지나쳐 버렸던 곳이다.

포장이 잘 되어 있는 다른 국립공원과는 달리 이 곳은 거의 모든 구간이 비포장도로이다. 오가는 자동차들은 많은데 그냥 사막의 모래길을 달리는 것이니 먼지는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우리는 나은 편이다. 트럭을 개조하여 만든 관람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관광객은 먼지를 피할 길 없이 그냥 다 마셔대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국립공원들과는 너무나 차이가 심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 곳에서 차로 다닐 수 있는 곳은 많은 곳이 나바호 인디언들의 성지로 인식되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웅장하다기 보다는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같다. 허물어져 가는 거대한 바위들은 이미 쇠락해 버린 이 땅의 주인들을 보는 듯 하다. J 역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다. 어쩌면 해가 질 무렵 이 곳에 도착했었더라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우리는 아치스를 떠나면서 출사에서 여행 모드로 암묵적으로 전환된 다음이다.

차로 다닐 수 있는 코스는 10여 킬로미터 정도. 중간에 대여섯 곳 정도 포인트가 있다. 포인트의 주차장 마다 인디언들이 기념품을 팔고 있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국립공원들과는 정말 많이 다른 모습이다. 지친 표정들을 보면 그리 썩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다음 목적지는 그랜드캐년이다. 오늘 중으로 숙소를 잡으려면 제법 강행군을 해야 한다. 케이엔타(Kayenta)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한 후 길을 재촉한다. 몇 개의 강을 건너고, 몇 개의 산을 넘고,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을 가로 지른다.

피곤한 탓인지 별로 대화가 없다. 운전을 하지 않으면 옆에서 잔다.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경치들은 여전히 멋진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우리 감각은 둔해져 버렸다. 이 사막지대의 풍경 속에 우리도 이미 일부가 되어 버린 듯 하다.


Posted by 이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