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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Las Vegas

Leaving Las Vegas

사막과 바위 덩어리 틈에서 일주일 가까이를 보내고 나서 찾아 온 도시의 공기는 적잖이 혼탁했다. 온갖 종류의 자동차로 붐비는 거리는 우리가 또다시 도시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깨우쳐 주고 있고 도시의 소음과 분주한 발걸음은 이미 떠나온 대자연을 다시 그리워지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이틀 동안 라스베가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고 다녔다. 모처럼 한국 식당에서 맛있는 쌀밥을 실컷 먹어 보기도 하고 가짜 에펠 탑에도 올라가 봤다. 카지노에서 슬롯 머신도 해보긴 했지만 역시나 잭팟은 터지지 않았다. J는 블랙잭에서 여비를 좀 털린 듯 하고……

서두에서 잠깐 이야기를 했지만 라스베가스를 도박과 마피아의 도시로 생각하면 크게 오해하는 것이 된다. 라스베가스는 거대한 테마파크이다. 각각의 호텔마다 나름대로의 테마를 가지고 건설된 테마파크일 뿐더러 이러한 각각의 호텔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거대한 도시를 이루고 있다.

피라미드 내부의 기울어진 벽을 사선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구경할 수도 있고, 그 옆의 거대한 이집트 거상의 다리쯤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며, 이내 중세 판타지 시대의 마을로 들어가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베니스의 곤돌라가 지나는 운하 옆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맛 볼 수도 있고, 에펠 탑 꼭대기에 올라가 볼 수도 있다. 발품만 잘 판다면 벨라지오 호텔의 거대한 분수쇼도 볼 수 있고, 보물섬 지도를 두고 싸우는 해적선끼리의 해상 전투도 목격할 수 있다.

또한 라스베가스는 이제 컨벤션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요한 컨벤션들이 이미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으며 심지어 라스베가스에 관광을 가려고 한다면 컨벤션이 열리는 기간은 피해야 할 정도로 컨벤션의 비중이 높아가고 있다. 이제 라스베가스를 다녀 왔다는 친구에게 ‘좀 땡겼냐?’ 등의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세상 물정 모른다는 소리를 듣게 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의 라스베가스는 여전히 화려하고 유혹이 넘치는 환락의 도시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라스베가스 한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신축 공사장을 지나치면서 이 도시의 또 다른 미래의 모습이 기대가 되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