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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Bryce

자이언에서 브라이스까지

자이언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어제 저녁과 아침 식사를 햇반과 깻닢, 김 등으로 대충 때우고 나서 계속을 허망하게 서너 시간 동안 헤메는 동안 물 몇 모금 말고는 먹지를 못했다. 알고 보니 J 이 인간, 도대체 뭘 먹지 않고서도 잘 견디는 거다. 나 같으면 끼니 거르고는 한 시간도 견디질 못하는데 말이다. 결국 첫날 점심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두어 시경 지나가다 보이는 예쁜 카페에서 하게 된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넓고 푸른 초원 위에는 관상용으로 풀어 둔 것 같은 버팔로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늦가을 햇살은 양지바른 담벼락에 기대어 졸기 딱 좋을 만큼 따스하게 비친다. 카페 주변에는 할로윈을 위해 준비 중인 듯한 큼직한 호박들이 쌓여 있다.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점심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자니 노곤하게 잠이 온다. 염치 불구하고 살짝 졸아 본다. 아침에 자이언 계곡에서 겪었던 그 치열한 고난의 행군이 어느새 아련히 기억 너머로 사라져 가는 듯 하다. 다만 어딘가 접질린 듯한 발목과 젖은 청바지에 쓸려 따끔거리는 허벅지 때문에 그게 바로 오늘 아침의 일임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자이언 캐년에서 브라이스까지는 비교적 순탄한 드라이브 코스이다. 서너 시간이면 넉넉하고 그다지 어려울 것도, 복잡할 것도 없는 아주 평범한 시골길이다. 그렇지만 중간 중간에 불쑥불쑥 등장하는 거대한 바윗돌들이 만들어 내는 풍광은 자면서 놓쳐 버리기에는 아까운 광경이다. J 녀석은 그 풍광을 모두 지나쳐 버렸다. 자이언에서 역시나 엄청 피곤했던 모양이다.

화창한 날씨에 감탄하며 브라이스에 도착했다. 바로 브라이스의 황홀한 뷰 포인트들로 향한다. 어딘가 여행안내서에서 본 대로 공원의 가장 안 쪽에 있는 포인트부터 돌기로 한다. 공원 입구에서 가장 먼 곳까지는 19킬로미터 정도, 대략 3-40분 정도면 주요 포인트들을 휘리릭 순방할 수 있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