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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Bryce

자이언에서 브라이스까지 자이언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어제 저녁과 아침 식사를 햇반과 깻닢, 김 등으로 대충 때우고 나서 계속을 허망하게 서너 시간 동안 헤메는 동안 물 몇 모금 말고는 먹지를 못했다. 알고 보니 J 이 인간, 도대체 뭘 먹지 않고서도 잘 견디는 거다. 나 같으면 끼니 거르고는 한 시간도 견디질 못하는데 말이다. 결국 첫날 점심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두어 시경 지나가다 보이는 예쁜 카페에서 하게 된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넓고 푸른 초원 위에는 관상용으로 풀어 둔 것 같은 버팔로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늦가을 햇살은 양지바른 담벼락에 기대어 졸기 딱 좋을 만큼 따스하게 비친다. 카페 주변에는 할로윈을 위해 준비 중인 듯한 큼직한 호박들이 쌓여 있다. 햇살 좋.. 더보기
브라이스 캐년, 그 황홀한 계곡 이번 여행을 떠나오면서 꼭 해 보고 싶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자이언 계곡의 ‘더 내로우즈(The Narrows)’를 답사해 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바로 브라이스 캐년의 바닥에 내려가서 엄청난 바위 기둥의 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브라이스 캐년의 바위 기둥들은 그야말로 놀랍다. 수 천, 수 만의 바위 기둥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무리 지어 서 있으면서도 하나하나 제 각각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진시황의 병마용을 자연으로 끄집어 내어 수 백배로 확대시키면 이런 모습이 되려나…… 브라이스의 끝자락으로 차를 몰고 가다 보니 날씨가 심상치 않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날이 흐려지더니 정상 부근에는 눈보라가 친다. 바람도 매섭다. 10월 중순의 날씨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 더보기
둘째 날, 브라이스의 아침 시차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무척 쉽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대로 잠을 자기가 힘들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띵하면서 자꾸 잠을 거부한다. 얼핏 꿈을 꾸기는 하지만 계속 다른 꿈이 이어진다. 왠지 방 안이 답답하다. 자다 깨서 밖에 나가 본다. 별이 가득하다. 별이 너무 많아 알고 있는 별자리 찾기가 힘들다. 그게 그 별 같고 저쯤에 하나쯤 있을 자리에 빼곡하니 별들이 빛나고 있다. 어느 구석을 들여다 보아도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부지기수로 모여 있는 듯 하다. 아! 저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다면…… 둘째 날 아침, 서둘러 준비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토러스 뒤로 랜드크루저가 바짝 붙어 따라온다. ‘저 놈 역시 사진가인 모양이군.’ 느긋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의 산골짜기 시골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