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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만난 해병대 할아버지 볼더(Boulder)에서 기름을 넣을 생각이었다. 마을 초입에 허름한 주유소가 하나 있는 것을 그냥 지나쳤다. 조금 지나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마을이 끝나가는 느낌. 다음 주유소는 한참을 더 가야할 듯 하다. 무척이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X-File에 종종 나오는 Boulder는 상당히 큰 도시였던 것 같은데...(콜로라도 주에 있는 Boulder가 그 도시였던 것 같다.) 차를 돌려 지나쳤던 주유소로 되돌아 갔다. 역시 허름하고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기름을 넣고는 가게로 들어가 카푸치노와 치즈케익을 샀다. 조금씩 비가 오는 가운데 가게 옆의 벤치에서 케익과 커피를 먹고 있자니 개가 한 마리 온다. 순해 보여 케익 한 조각을 주었더니 냉큼 받아 먹는다. '아마 배 고픈 걸로 따지면 내가 너 보.. 더보기
캐피톨리프를 지나 모압(Moab)으로 브라이스를 뒤로 하고 한 동안 우리는 별 말이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행선지는 당연히 캐피톨리프 국립공원이었고, 거기까지 가는 동안 별다른 포인트는 없다. J가 운전을 맡았다. 메사베르데를 본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한참을 잤던 모양이다. 험한 바위산은 보이지 않고 한적한 농촌 마을의 서정이 펼쳐진다. “이런 동네에 사는 아이 중에는 어쩌면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모르는 아이도 있겠어요.” 잠에서 깬 걸 눈치챈 J가 말을 건낸다. 그랬다. 도시에서는 늘상 달고 사는 그런 간판은 이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주유소도 어쩌다 스탠드 하나 달랑 세워져 있는 가게가 전부인 경우도 있다. 열심히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잠시 사람사는 마을이 지나가고 나니 또다시 돌 산 틈을 돌아 길이 이어진다. 길.. 더보기
캐년랜드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 모처럼 느긋하게 모텔에서 주는 아침을 먹기로 했다. 간단한 아침 뷔페였지만 먹을 것이 제법 많다. 토스트와 커피, 오렌지 주스로 아침을 해결한다. J는 와플을 만들어 왔다. 많이 달기는 했지만 즉석에서 만들어 따끈하게 먹는 와플도 맛있다. 월요일 아침, 주변에는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다. 은퇴하고 한가롭게 여행 다니는 노부부들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단체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는다. 커플이 다니거나 많아야 친구인 듯한 두 커플이 함께 다니는 정도. 모여 있는 사람 수에 비해 식당은 무척 조용하다. 아치스와 캐년랜드 중에서 어디를 먼저 갈 것인가를 가지고 의견이 갈렸다. J는 캐년랜드를 고집했다. 5년 전에는 시간이 많지 않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모텔 주인과 의논을 해 보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