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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사람들은 늘 여행을 꿈꾼다. 막연히 유럽, 남태평양, 혹은 인도... 왜일까?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경험, 구경, 배움, 깨달음, 혹은 벗어남, 쉼, 등등... 책이나 사진 TV 등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무엇이 여행에는 있다. 나 역시 늘 꿈꾸는 곳이 있다. 2002년, 월드컵의 뜨거운 여름을 기다리던 봄, 신산해지고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려 보고 싶어 무작정 떠났던 그 곳. 그리고 5년 후, 여유롭게 사진을 찍어 보고 싶어 다시 찾았던 그 곳, 그랜드써클이다. 보통은 가 본 적이 없는 곳을 꿈꾸지만 이미 두 번, 출장 때 잠시 짬을 낸 것 까지 포함하면 네 번이나 가 본 곳을 꿈꾸다니…… 그렇다고 세계 방방 곡곡을 모두 돌아다녀 본 것도 아니면서 말.. 더보기
Las Vegas 도착 라스베가스는 유난히 인연이 많은 도시다. 신문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처럼 잭팟이 터졌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기대수익률이 70% 정도인 이 곳의 슬롯 머신에서 50불 이상 써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라스베가스는 도박의 도시는 아니다. 50불도 돈을 따 보겠다는 욕심에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 때우기 용으로 사용된 금액이다. 슬롯 머신 앞에 앉아서 마셔댄 공짜 콜라 잔 수를 생각해 보면 분명히 환영 받을 손님은 아닌 셈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도시를 그대로 옮겨온 럭소부터 뉴욕뉴욕, 엑스칼리버, MGM 등 이름만 들어도 분위기를 짐작케하는 호텔들은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테마파크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어주는 모노레일을 생각한다면 라스베가스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거대한 종합 테마파크이.. 더보기
자이언 캐년(Zion Canyon) 새벽 해도 뜨기 전에 숙소를 나왔다.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온 이상 일출의 찬란함을 놓칠 수 없다. 의욕은 앞섰지만 준비는 부족했다. 일상 탈출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출사랍시고 떠난 것인데 일출과 일몰 시간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나선 것이다. 하늘이 훤해져 오는데 어디서 사진을 찍어야 할지 도통 판단이 서지 않는다. 대충 그림이 될 것 같은 바위 산을 놓고 몇 컷 찍어 보다 자이언캐년으로 다시 발길을 돌린다. 결국 여행 첫 날의 첫 해는 자이언으로 가던 도중에 만나게 된다. 캐년 입구 거의 다 와서, 어느 자그마한 리조트가 있는 마을에서 뜨겁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만났다. 역시 아마추어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이 한심스러워 진다. 어찌되었건 발길을 서두른다. 자이언캐년에는 꼭 가 봐야 할 곳이 .. 더보기
자이언에서 브라이스까지 자이언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어제 저녁과 아침 식사를 햇반과 깻닢, 김 등으로 대충 때우고 나서 계속을 허망하게 서너 시간 동안 헤메는 동안 물 몇 모금 말고는 먹지를 못했다. 알고 보니 J 이 인간, 도대체 뭘 먹지 않고서도 잘 견디는 거다. 나 같으면 끼니 거르고는 한 시간도 견디질 못하는데 말이다. 결국 첫날 점심은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두어 시경 지나가다 보이는 예쁜 카페에서 하게 된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넓고 푸른 초원 위에는 관상용으로 풀어 둔 것 같은 버팔로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하늘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늦가을 햇살은 양지바른 담벼락에 기대어 졸기 딱 좋을 만큼 따스하게 비친다. 카페 주변에는 할로윈을 위해 준비 중인 듯한 큼직한 호박들이 쌓여 있다. 햇살 좋.. 더보기
브라이스 캐년, 그 황홀한 계곡 이번 여행을 떠나오면서 꼭 해 보고 싶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자이언 계곡의 ‘더 내로우즈(The Narrows)’를 답사해 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바로 브라이스 캐년의 바닥에 내려가서 엄청난 바위 기둥의 밑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브라이스 캐년의 바위 기둥들은 그야말로 놀랍다. 수 천, 수 만의 바위 기둥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무리 지어 서 있으면서도 하나하나 제 각각의 표정을 가지고 있다. 진시황의 병마용을 자연으로 끄집어 내어 수 백배로 확대시키면 이런 모습이 되려나…… 브라이스의 끝자락으로 차를 몰고 가다 보니 날씨가 심상치 않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날이 흐려지더니 정상 부근에는 눈보라가 친다. 바람도 매섭다. 10월 중순의 날씨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 더보기
둘째 날, 브라이스의 아침 시차에 적응이 되어 있지 않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무척 쉽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대로 잠을 자기가 힘들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띵하면서 자꾸 잠을 거부한다. 얼핏 꿈을 꾸기는 하지만 계속 다른 꿈이 이어진다. 왠지 방 안이 답답하다. 자다 깨서 밖에 나가 본다. 별이 가득하다. 별이 너무 많아 알고 있는 별자리 찾기가 힘들다. 그게 그 별 같고 저쯤에 하나쯤 있을 자리에 빼곡하니 별들이 빛나고 있다. 어느 구석을 들여다 보아도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부지기수로 모여 있는 듯 하다. 아! 저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다면…… 둘째 날 아침, 서둘러 준비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토러스 뒤로 랜드크루저가 바짝 붙어 따라온다. ‘저 놈 역시 사진가인 모양이군.’ 느긋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의 산골짜기 시골에.. 더보기
2002년에 만난 해병대 할아버지 볼더(Boulder)에서 기름을 넣을 생각이었다. 마을 초입에 허름한 주유소가 하나 있는 것을 그냥 지나쳤다. 조금 지나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마을이 끝나가는 느낌. 다음 주유소는 한참을 더 가야할 듯 하다. 무척이나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X-File에 종종 나오는 Boulder는 상당히 큰 도시였던 것 같은데...(콜로라도 주에 있는 Boulder가 그 도시였던 것 같다.) 차를 돌려 지나쳤던 주유소로 되돌아 갔다. 역시 허름하고 시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기름을 넣고는 가게로 들어가 카푸치노와 치즈케익을 샀다. 조금씩 비가 오는 가운데 가게 옆의 벤치에서 케익과 커피를 먹고 있자니 개가 한 마리 온다. 순해 보여 케익 한 조각을 주었더니 냉큼 받아 먹는다. '아마 배 고픈 걸로 따지면 내가 너 보.. 더보기
캐피톨리프를 지나 모압(Moab)으로 브라이스를 뒤로 하고 한 동안 우리는 별 말이 없다. 여기까지 온 이상 행선지는 당연히 캐피톨리프 국립공원이었고, 거기까지 가는 동안 별다른 포인트는 없다. J가 운전을 맡았다. 메사베르데를 본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한참을 잤던 모양이다. 험한 바위산은 보이지 않고 한적한 농촌 마을의 서정이 펼쳐진다. “이런 동네에 사는 아이 중에는 어쩌면 맥도날드나 버거킹을 모르는 아이도 있겠어요.” 잠에서 깬 걸 눈치챈 J가 말을 건낸다. 그랬다. 도시에서는 늘상 달고 사는 그런 간판은 이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주유소도 어쩌다 스탠드 하나 달랑 세워져 있는 가게가 전부인 경우도 있다. 열심히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잠시 사람사는 마을이 지나가고 나니 또다시 돌 산 틈을 돌아 길이 이어진다. 길.. 더보기
캐년랜드 국립공원(Canyonlands National Park) 모처럼 느긋하게 모텔에서 주는 아침을 먹기로 했다. 간단한 아침 뷔페였지만 먹을 것이 제법 많다. 토스트와 커피, 오렌지 주스로 아침을 해결한다. J는 와플을 만들어 왔다. 많이 달기는 했지만 즉석에서 만들어 따끈하게 먹는 와플도 맛있다. 월요일 아침, 주변에는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다. 은퇴하고 한가롭게 여행 다니는 노부부들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단체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는다. 커플이 다니거나 많아야 친구인 듯한 두 커플이 함께 다니는 정도. 모여 있는 사람 수에 비해 식당은 무척 조용하다. 아치스와 캐년랜드 중에서 어디를 먼저 갈 것인가를 가지고 의견이 갈렸다. J는 캐년랜드를 고집했다. 5년 전에는 시간이 많지 않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모텔 주인과 의논을 해 보고.. 더보기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 우리는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에서부터 관광을 시작하는 원칙을 세웠다. 어디선가 본 기억도 있고, 간단히 생각해 봐도 그 곳에 다다르기 이전에 존재하는 포인트 보다 하나라도 더 나은 것이 있지 않으면 더 먼 곳에 포인트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치스에서도 가장 멀리 있는 더블-오-아치(Double-O-Arch)부터 하루의 여행을 시작했다. 아치스 역시 입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포인트까지 19마일에 이를 정도로 광활한 국립공원이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크다. 차로 돌아도 하루 종일 걸릴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고 곳곳에 걸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크고 작은 트레일(Trail)들이 잘 마련되어 있다. 어떤 트레일은 동네 뒷 산을 산책하는 정도도 있고, 어떤 곳은 제법 암벽 등반에 가까운 곳도 있.. 더보기